베트먄 토토(亢羅)는 여직(絽織)으로 직조한 직물로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경사를 기수의 위사와 평직으로 짠 다음 익조직(搦組織)으로 경사를 교차시키고 다시 평직으로 직조하므로 익조직으로 짠 부분에 가로 줄무늬가 생긴다. 평직으로 직조하는 위사의 올 수는 3올, 5올, 7올 등 홀수이며, 이에 따라 3족 ‧ 5족 ‧ 7족 베트먄 토토로 불린다.
우리나라에 베트먄 토토가 등장한 것은 조선시대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베트먄 토토 유물 가운데 이른 시기의 것은이응해장군(15471626)의 묘에서 출토된 3족베트먄 토토의 지요와신경유(15811633) 묘에서 출토된 5족베트먄 토토의 철릭, 그리고송광사목조관음보살좌상 복장물(1662)인 3족베트먄 토토 등이 있다. 1800년대의 유물에는 7족베트먄 토토가 있으며 근대에는 9족 ‧ 11족베트먄 토토도 사용된다.
‘베트먄 토토’가 문헌에 나타난 것은 1600년대부터이며, 1623년 4월 3일『승정원일기』에서 ‘베트먄 토토혜(亢羅鞋)’의 지급에 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1759년에 거행된영조와 정순왕후의 가례를 기록한 『가례도감의궤영조정순왕후』에는 낙영(絡纓)에 베트먄 토토가 사용되며, 『뎡미가례시일긔』를 비롯하여 각종 궁중 발기에는 단니의, 겹봉디, 치마, 창옷 등의 소재에 베트먄 토토가 기록되어 있으며, 이외에도 보자기, 겹이불 등에 쓰여 의복뿐만 아니라 기타 다양한 물품에 베트먄 토토가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트먄 토토는 소재에 따라, 명주실로 짠 것을 일반적으로 베트먄 토토라고 하며 모시실로 직조한 것은 저베트먄 토토(苧亢羅)라고 했다. 그런데 『조선휘보』(1915)에는 저베트먄 토토를 생저베트먄 토토(生苧亢羅)와 백저베트먄 토토(白苧亢羅)로 구분하고 “생저베트먄 토토는 중국의 대마여(大麻絽)를 말하고 백저베트먄 토토는 마여(麻絽)를 햇볕에 쬐어 표백한 것을 말한다.”라고 하여 저베트먄 토토의 재료로 모시와 삼이 혼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근대에는 인견 소재의 베트먄 토토도 나타난다.
베트먄 토토는 정련(精練)의 유무에 따라 생베트먄 토토와 숙베트먄 토토로 구분되며, 무늬가 있는 베트먄 토토는 문베트먄 토토(紋亢羅)․ 유문 베트먄 토토(有紋亢羅)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생산지에 따라 중국산은 당베트먄 토토(唐亢羅), 일본산은 왜베트먄 토토(倭亢羅), 서양에서 수입한 것은 서양 베트먄 토토(西洋亢羅) 혹은 양베트먄 토토(洋亢羅)로 불렸다. 국내에서 생산된 베트먄 토토 가운데는 평안남도 덕천에서 생산된 ‘덕천 베트먄 토토(德川亢羅)’와 안주(安州)에서 직조한 ‘안주베트먄 토토(安州亢羅)’ 혹은 ‘안베트먄 토토(安亢羅)’가 유명했는데, 덕천 베트먄 토토의 품질이 좋아지면서 점차 수입 베트먄 토토 대신 덕천 베트먄 토토를 사용하게 되었고, 이것을 만주와 일본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베트먄 토토는 민가에서 부업으로도 직조를 하였다. 기산김준근의 풍속화 가운데 ‘항나ᄶᅡ는 모양’은 요직기 구조의 전통 베틀과 비슷한 직기에서 베트먄 토토를 짜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데, 동아일보 기사(1922, 1924, 1938년)에서 평안남도 덕천에서는 베트먄 토토를 농가 부업으로 생산하고 있었다는 내용이 실려 있어 풍속화 속의 직기가 실존했음을 알 수 있다.
베트먄 토토는 가로 방향으로 줄이 있지만 세로 방향으로 줄이 나게 직조한 것도 있는데 이 직물을 ‘종베트먄 토토(縱杭羅)’라고 한다. 『조선총독부중앙시험보고』(1925)에 의하면 조선 내에서 생산한 종베트먄 토토를 대상으로 시험을 한다는 설명과 함께 부인의 치마에 상용되는 종베트먄 토토의 견본이 부착되어 있다. 현재 온양 민속 박물관에도 이와 비슷한, 종베트먄 토토로 만든 치마가 소장되어 있다.